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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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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해봐서 아는데’ MB의 소통법
이명박 대통령의 화법은 독특하게 초지일관한다. ‘나도 한때’ 화법이 바로 그렇다. 내가 한때 무엇을 해봐서 잘 안다는 식의 전지전능 화법이다. ‘나도 한때’ 시리즈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이 대통령의 화법은 나도 한때 노점상, 비정규직, 기업인, 체육인 등의 몸소 체험 차원을 넘어 해병대가 있는 도시에서 성장해 해병대와 아주 친숙하다는 식으로까지 진화한다. 한때 시인을 꿈꾼 적 있다는 이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제는 한때 꿈꾸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시인과 공감하고 그들에게 충고할 수 있는 신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뜻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한 반복되는 ‘나도 한때’ 화법이 국민과의 눈높이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친근화 전략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었고, 이 대통령의 강렬한 개성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대통령의 메시지를 보좌하고 관리하는 참모들의 직무유기다. 이제 이 대통령의 ‘나도 한때’ 화법을 공감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비아냥 아니면 한숨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처럼 당사자와 측근들만 모르거나 외면할 뿐이다.

나는 ‘나도 한때’ 화법이 이명박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태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대로 이명박 정부가 주창하는 소통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소통 어젠다에 대한 집착은 유난하다. 대통령실장이 매일 오후에 한시간씩 관련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소통능력이 객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초지일관 ‘나도 한때’ 소통법에 집착하는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 외형적 관점에서 보면 ‘나도 한때’ 소통법이 효율적일 때도 있다. 타이밍만 적절하면 단번에 상대방과 필요한 만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강남 개발사를 다룬 한 드라마에서 아파트 공사권을 따내려 정치권력자에게 접근하는 젊은 건설사 사장의 에피소드는 강렬하다. 권력자가 애지중지하던 아들이 오래전 연탄가스로 죽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건설사 사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자신의 식구가 연탄가스로 죽은 적이 있다며 서민들이 그런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연탄보일러가 있는 아파트를 짓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해 공사권을 따낸다.

하지만 그런 소통법은 일시적일뿐더러 비즈니스 테이블에서나 빛을 발하는 표피적 소통 기술에 불과하다. 장기적, 정서적 영역에서 ‘나도 한때’ 소통법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 대통령처럼 백신의 국내 개발이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대규모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뒤 밤마다 소, 돼지에게 쫓겨 다니는 악몽을 꾼다는 공무원들의 내상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더는 고기를 먹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도 있고, 300만마리가 넘는 생명체가 생매장된 사실에 찢기는 듯한 가슴 통증을 느끼는 이도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고 말할 때 그 앎의 실체에 대해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공감과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비즈니스 협상테이블이나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를 단번에 사로잡는 법 따위의 실용적 필요에 의한 ‘나도 한때’ 화법은 자석의 같은 극처럼 사람을 적극적으로 밀어낸다. 자살하고 싶을 만큼 생활고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 ‘내가 어렸을 때 배곯아봐서 아는데… 지금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더 노력할 때다’라고 말하면 그건 공감도 아니고 소통도 아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소통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이 바로 그렇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소통법으로는 절대 소통의 정부가 될 수 없다. 이제 국민들도 건국 이래 열 명의 대통령을 겪어 봐서 아는데…. 국민과 정부의 소통은 이런 식으론 어림없다. 국민 된 이의 본능적 깨달음이다.

마인드프리즘 대표·심리기획자, 트위터 @meprism


※ 글 잘쓴다..ㅎㅎ 암튼 요즘은 한숨이 아니라 비아냥의 아이콘이 아닌가 싶은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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