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소재의 조그마한 도시 <콜맨>의 7월…

온도계는 40도를 가리키고 있었고 서부 텍사스 특유의 흙먼지가 집안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중략)

무료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한 오후였다. 장인어른이 "차를 타고 애벌린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자구" 라고 말씀하시기 전 까지는…

나는 장인의 제의에 대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좀 놀랐다. 나는 마음 속으로 애벌린에 가서 식사하자는 장인의 제의를 곰곰히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애벌린? 100Km나 떨어진 곳인데? 그 흙먼지 구덩이 속을 운전을 해서 가? 자동차 에어컨 상태도 별로인데… 애벌린의 식당? 별로 좋은 곳도 없는데…'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집사람인 <베스>가 맞장구를 치며 "근사한 아이디어 예요! 나도 가고 싶어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라며 내게 물었다. 원래 나는 장인, 장모, 집사람과 의견이 달랐으나 그들과 의견 충돌을 하기 싫어서 "나도 괜찮아"라고 대답하고는 "장모님도 같이 같으면 좋겠는데"라고 덧붙였다. "물론이야 나도 가야지" 라고 장모님이 대답했다.

우리 4명은 모두 차에 올라타고 <애벌린>으로 갔다.  내가 생각한대로 였다. 더위는 살인적이었다. 우리는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식당의 음식은 정말 엉망이었다.

다시 3시간 걸려 <콜맨>으로 돌아왔는데,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다들 아무말이 없었다. 나는 서먹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참 멋진 여행이었어! 그렇지 않아요?"라 말했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드디어 장모님이 다소 격한 목소리로 "사실 나는 즐겁지 않았다구! 애벌린에 가지 않고 집에 있길 원했었어. 너희들과 아버지가 가자고 해서 갔을 뿐이야. 너희들이 조르지 않았으면 난 안 갔을꺼야!"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너희들 모두라뇨? 나도 가길 원치 않았어요. 모두 가길 원했으니까, 식구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따라갔을 뿐이라구요!"

<베스>는 놀라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무슨 소리예요? 당신과 아버지가 진심으로 가자고 했던 사람들이잖아요! 내가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그런 무더위에 애벌린에 가겠다고 하겠어요? 안 그래요?"

집사람과 내가 싸움을 벌이려 할 때 장인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젠장! 내 얘기를 좀 들어보게. 나는 애벌린에 결코 가기를 원하지 않았네. 나는 사위와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네. 자네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서 몇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나는

우리가 애벌린에 가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모두 즐거울꺼라 생각했어. 휴우~ 내 개인적으로는 아이스박스의 맥주를 한잔 하고 싶었는데…"

서로들 원망을 하고 난 후에 우리 모두는 아무 말도 없이 앉아 있었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우리 식구 4명은 시설도 시원찮은 애벌린의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고 흙먼지 구덩이 속을 헤치고, 무덥고 황폐한 사막을 가로질러 3시간만에 집에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의 의도와는 정반대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끝)

※ 애벌린 패러독스(The Abilene Paradox) – 거짓된 커뮤니케이션의 폐해,

    살면서 겪게되는 흔하디 흔한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