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 최연소 예술 감독에 빛나던 신정아 동국대 교수의 학위가 모두 가짜란다. 캔자스 대학? 다니다 말았다. 졸업도 안 했다. MBA? 경영대학원은 문턱도 안 갔다. 예일대학 박사? 예일대 역시 가지도 않았단다. 그게 끝이란다.
그렇다면? 그는 고졸이다. 고졸의 대학교수다. 고졸의 국제 행사 예술 감독이었다. 미술계에서 잘 나가는 큐레이터였다. 기획상도 받았다(2003년, <월간 미술> 전시기획부문 상). 이렇게 재밌을 수가?
뒤샹이 변기를 갖다 놓고 예술품이라고 말하자 변기가 예술품이 된 것처럼, 그도 종이 나부랭이 하나 보여주며 예일대 박사라고 말하자 박사가 됐다. 교수가 됐다. 국제적인 예술 감독이 됐다.
"나, 예일대 나온 박사야."
이 한 마디에 모두 넘어갔다. 엎드려 모셨다. 물론 그 속에 어떤 '후광'이 옵션으로 딱 달라붙어 있었는지야 모르지만.
그는 미국 유명대 '졸업장'이 곧 말이요 진리임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학계나 미술계에 필요한 건 능력이 아니었다. 졸업장이었다. 가만있어도 모두가 그 이름만 들으면 엎드려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그 광채로 빛나는 아이비리그 졸업장이었다.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한지, 그 후광에 모두가 눈멀고 귀멀었다. 납작 엎드리고 받들어 모셨다. 그 후광이 혹시 '쌍라이트'가 아니라 인공조명인지 의심하던 대학 이사 하나는 그 날로 잘렸다. 누가 감히 그 빛의 진위를 의심하랴? 누가 감히 아이비리그의 빛에 토를 달랴? '학벌'의 빛은 모든 것을 능가한다.
그가 그걸 증명했다. 또 정확히 이용했다. 그야말로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틈새 전략을 폈다. 미술계와 학계의 '학벌'이란 뻥 뚫린 틈을 그가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가 땄다던 MBA가 가짜라는 게 대수냐? 그가 보여준 능력은 MBA 저리 가라다. MBA가 대수냐? 한 번 하면, 고졸도 MBA보다 잘할 수 있다. 그가 보여줬다.
어쨌든 사람들은 이름 하나에 넘어갔다. '예일대'라니까 넘어갔다. 홀딱 넘어갔다. 국내 유수의 미술관이 넘어가고, 대학이 넘어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다. 의혹은 있어도, 검증은 없다. 학벌은 위대하다. 이 외국물 먹은 '간판'은 위대하다. 이 사건은 그가 보여준 한 편의 쇼다. 아니 '예술'이다.
피카소도 말했다.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깨닫게 만드는 거짓이다."
신정아, 그가 한 일이야말로 '예술'이다. '학벌'이란 간판'이나 따지는 미술계의 진실에 대한 퍼포먼스다. 그는 온 몸으로 '예술'했다.
그가 평소 비판했다던 학벌 위주 풍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그깟 학위가 별거냐? 고졸이 어때서? 미국 유명대 박사 아니어도 큐레이터 할 수 있다. 대학 강의만 잘한다. 그가 몸소 증명했다. 상도 받았잖나? 그게 그의 능력이 아니라면, 미술계가 이젠 상도 대학 졸업장 보고 준단 소리 아니겠나? 이처럼 기막히게 현실을 풍자하는 멋진 행위예술을 본 적 있나? 난 처음이다. 아니, 처음 같다.
그는 미술계의 황우석이 아니다. 그는 미술계의 서태지다. 음악계에 중졸 서태지가 있다면, 미술계엔 고졸 신정아가 있다.
그를 이제 전시기획자로 부르지 마라. 그야말로 예술가다. 진정한 아티스트다. 이건 단순 '사기'가 아니다. 진짜 예술이다. '학벌'에 목맨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한 편의 '생쇼'다. 미술계와 학계가 총출동한 한 편의 대형쇼다.
멋지다, 신정아. 잘했다, 신정아. 속이 다 시원하다.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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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서 신정아가 허위 이력을 밑천으로 10년 넘게 활동을 했고, 학계에도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은, 미술계와 학계 모두가 자성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만큼 미술계든 학계든 시스템이 헐겁거나 혹은 신정아 만큼이나 '거짓과 사기의 실행', '허위적 제스처'와 '정신분열적 징후'를 갖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미술계 한 사람으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 미술계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자신 '미술계‘에서 활동하면서, 그 사람을 무시했을 뿐 별다른 액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반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사실 나는 신정아가 금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1997년부터 알았고, 이후 어떤 일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사설(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7/12/2007071201424.html 조선일보 2007. 7. 13일자)은 그런 수준의 반성적 시각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그런 수준의 미술계와 학계의 도덕성 재고와 문제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써진 글도 아니다. 잘 읽어보면, 이 사설의 논설위원은 다른 층위에서 여전히 신정아의 '사기 이력 놀음'에 놀아나고 있는 꼴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이제까지 신정아가 '허위로 만들어진 학력'과 '매우 사적이고 비도덕적인(협잡에 가까운) 인간관계'와 '놀이터 다루듯 기자와 지면을 갖고 논 언론 플레이'를 바탕으로 모래성처럼 쌓아올린 ‘신데렐라 이력’에 기대어 그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의 본질은, 신정아가 그러한 이력을 어떻게 쌓아올렸는가? 누가 신정아에게 그러한 기회들을 주었는가? 누가 신정아에게 그러한 상, 자리, 권위, 권력을 주었는가? 에 있다.
문제는 매우 명확하다. 신정아의 그 '화려하다'고 하는 이력을 잘 들여다보라!
신정아가 공채에 응시해서 금호미술관이나 성곡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됐는가?
신정아가 어느 기획공모에 낸 적이 있는가? 그런 기획과 심사과정을 통해서 <월간미술대상> 등 각종 상을 탔는가?
신정아가 공식적 임용에 공개 경쟁해서 동국대학교 교수가 됐는가?
신정아가 공식 심의 과정과 결과를 거쳐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으로 결정됐는가?
신정아가 여느 학위를 막 딴 사람들이 초강을 시작하듯이, 대학 초강을 어느 지방대에서 시작해 강의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타 대학 강의를 했는가?
신정아가 여느 글 쓰는 이들이 그렇듯이, 자기가 쓴 글을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등단 지면을 찾아 헤매거나, 그러는 와중에 이러 저러하게 조금씩 알려져서, 그나마도 거의 원고료라고 할 수도 없는 옹색한 고료를 받으며 옹색한 지면에 글을 썼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모두 '아니다'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언론이 떠들듯이 '가짜 박사 학위' 자체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신정아에게 이 '가짜들'은 어느 공모, 공채, 선정, 자리와 권리 취득을 위한 경쟁에 우선적으로 요구됐던 것이 아니라, 사후 그러한 공정하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고, 어둡고 조잡한 과정을 '객관적'이라 자기 증명할(사실은 호도할) 안정장치 같은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왜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오지 않고, 너무나 쉽지 않고, 너무나 만나기 어렵고, 너무나 꿈같은 공짜 기회와 멋진 특채와 기이한 인맥과 사치스러운 말의 상찬이 신정아에게 만은 끊이지 않고 불가사의한 로또복권처럼 터졌을까?
지금 대학에서 미학, 예술이론, 미술사를 하는 여학생들에게 물어보라! 위의 신정아 같은 기회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 믿는지? 그런 호재나 로또 복권 같은 행운이 자신에게도 터져줄 것이라 생각하는지?
지금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를 하거나 학위를 딴 미술이론 관련 전공자들, 기획자들에게 물어보라! 위의 신정아 같은 평가와 인정이 당신들에게는 왜 안 되는지? 당신의 학력은 별개의 문제고, 당신 자신이 실력이 없어서인지? 그런 평가와 인정이 '당신만 열심히 하면, 학력을 정확하게 밝히고, 정당한 인간관계와 공개된 기회를 거쳐 열심히 하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신정아 같은 사례에서 가장 지적할 점이 무엇인줄 아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이런 인간을 용인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런 인간과 같이 놀고, 게임의 법칙을 조작하고 싶어 하는 소위 '어르신들'(이 말에 생물학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자명하다.)이다.
다 큰 여자에게, 그것도 지극히 편협한 이기적 욕망으로 드글 드글 끓는 여자에게 '딸 같다'며 예뻐하다 휘둘리고, 그러면서도 '세상일 오물조물'하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과 그런 어르신들이 여전히 쥐고 흔드는 시스템이다. 위 조선일보 사설을 쓴 논설위원을 포함해서.
이 논설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신씨는 영어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고 사람도 잘 다뤘다고 한다." (조선일보 2007. 7. 13자 사설)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한다’체로 보건대 직접 확인하신 것이 아닌 것 맞지요?), 사실이 심하게 왜곡됐다.
경험컨대,
신정아는 '영어를 그리 잘 하지 못한다.' 특히 미술사와 미학적 용어를 써야 하는 현대미술을 중심에 둔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일상 회화 잘 하는 것을 두고, 큐레이터/학자의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것은, 유머도 한참 떨어지는 유머이다.
신정아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그 사람은 누군가 글의 스타일을 흉내 내기도 했고, 내용을 표절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내용인지 거의 알 수 없는 글을 썼다.
신정아는 '사람도 잘 다루지 못했다.' 잘 나가는 작가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젊거나 유명세가 별로 없거나, 힘이 없어 보이는 작가들, 성곡에서 무임금 인턴했던 학생들은 십중팔구 신정아를 불편해 했다. 그 사람이 작가나 학생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작품을, 그들의 노동을 물건 취급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라는 사람이, 교수라는 인간이, 작가나 후배 동료, 학생이라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하고 어떤 사람을 잘 다뤄야 하는가? 소위 권력자? 권위 있는 어르신?
강수미(미학)
※ 한 여교수의 허위이력 때문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여자라는 점, 서른 중반에 요직을 모두 차지했다는 점, 재계도 아닌 정계도 아닌 예술 그 중에서도 미술계라는 점에서 온갖 조롱과 비아냥 그리고 선정적인 기사가 난무하고 있다. 일견 동정심이 가다가도 평소의 그녀의 행위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 나역시 지극히 말초적인 대중(?)이 되곤한다..ㅎㅎ 아무튼 한 사람의 가짜 인생이 이리도 먹힐 수 있다는 건 아직도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 아닐런지..
그나저나 다시 읽어봐도 "미술계의 서태지"라는 표현은 정말이지….ㅎㅎ
깜딱이야. 타이틀보고 나 말하는줄 알았짢아. 터버터벅…
이 여자 관한 기사 볼때마다 이모 생각나요.. 나이도 같더만.. 근데 참 많이 달라..ㅎㅎ
위니 생각해서 내 생각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나? 터벅터벅…
―이전에도 예일대 가짜 학위 논란이 있었나.
“드물기는 했지만 있었다. 하지만 과거 사례들은 발각되면 당사자들이 모두 조용히 잠적했다. 한국인은 처음인데, 끝까지 우기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 끝까지 우겨서 뭘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길라 라인스틴 예일대 대외협력담당 부국장)
근성있는 대.한.민.족..!! 그나저나 레이씨.. 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