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삼각 사각으로 이어지는 멜로의 구조 없이도 병원드라마는 될 것인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한 드라마의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 병원드라마에서 정치드라마로 그리고 이제는 법정드라마로 진화해가는 ‘하얀거탑’은 마치 전문직 드라마의 모든 실험을 해 보이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하얀거탑’의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보여진다. 그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라마의 캐릭터와 스토리 구조를 엮어 가는 전문직 드라마다운 솜씨이다.
우리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주목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 초기에 등장한 장준혁(김명민 분)을 위시한 인물들과, 여기에 안티테제로 등장한 외과과장 이주완(이정길 분)과 그 일파들의 대결구도에서 우리는 선악의 구분이 없는 냉정한 현실을 목도하게 되었다. 선한 인물 없이 오늘의 적이 내일의 아군이 되는 이 상황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장준혁이라는 인물에 매료되었다. 이주완과 비교했을 때 장준혁이 그다지 선한 인물도 아니고 싸움 방식에 있어서도 정정당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은 그가 가진 명분 때문이다.
그는 최고의 실력자이나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 현실에 시청자들은 공감했고, 그러므로 그의 승리를 기원하게 되었던 것. 그렇게 보면 초반부에서 이 드라마의 선한 인물, 정의의 인물을 대변하는 최도영(이선균 분)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던 것은 치밀한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원작에서는 이 두 인물이 시작부분부터 어느 정도 비슷한 중량감으로 등장했던 반면, 우리의 ‘하얀거탑’에서는 장준혁에 더 방점이 찍혀있다.
이러한 선택은 좀더 드라마를 극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만일 초기부터 장준혁과 최도영을 치열하게 맞서게 했다면 드라마는 선악구도로 흘러가면서 장준혁에 대한 감정이입이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최도영을 살짝 후반부를 위해 밀어놓자, 장준혁이라는 선도 악도 아닌 인물의 거침없는 돌진에 더 많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모든 환자들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매진하는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최도영이라는 의사보다, 차라리 권력을 추구하면서 진흙탕도 마다 않는 의사 장준혁이 더 리얼한 캐릭터라는 점도 한 몫을 한다. 쉽게 말하자면 현실에서 매일 조직의 쓴맛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고매하고 이상적인 최도영의 모습은 ‘잘난 척하는 인물’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장준혁의 외과과장되기’라는 정치드라마를 지나 ‘장준혁이라는 오만불손한 권력과의 한판 승부’라는 법정드라마로 넘어가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적인 캐릭터인 최도영은 사실 리얼한 현실의 캐릭터인 장준혁의 가장 싸우기 힘든 인물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극단적인 이상과 극단적인 현실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두 인물을 보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의료사고를 일으킨 장본인인 장준혁과 그걸 캐내려는 최도영이 마주하는 순간, 시청자들이 갖는 감정이다. 분명 고전적인 드라마였다면 이 대결구도에서 권선징악의 형태로 최도영쪽에 마음이 가야 마땅할 것인데, 실제로는 자꾸 장준혁쪽으로 기우는 것이다. 이유는 단지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동안 계속 시청자들은 그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며, 거기에는 권력추구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전제되어 있다. 그러므로 최도영이라는 선한 인물은, 시청자들이 감정이입된 장준혁의 권력추구를 가로막는 인물이 된다.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은 드라마를 좀더 팽팽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욕망추구형의 장준혁에 집중시키면서 시청자의 현실적인 욕망의 환타지를 끄집어냈다. 그러니 그 전반부에서 현실적 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최도영이라는 인물에게 그다지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후반부에서는 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도영이 전면으로 나선 이상 그 역시 욕망을 추구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은 ‘정의는 이긴다’는 이상에 대한 욕망이다.
결국 장준혁의 끝없는 욕망의 질주는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라깡식으로 말하자면 장준혁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현실적 욕망의 추구는 삶의 동인이지만 그 끝없는 욕망의 추구는 파국(죽음)이 될 때에만 끝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면에서 장준혁은 패배자가 되고 결과적으로 최도영은 승리자가 될 이 드라마에서 우리는 자기 성찰의 질문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누구의 삶을 선택할 것인가. 현실적 욕망을 추구하는 패배자인가, 아니면 이상적 욕망을 추구하는 승리자인가. 그리고 인간이란 도대체 어느 쪽에 가까운 존재인가.
(OSEN, 2007-02-12)
※ 으~~~ 진짜 보면서도 불안불안 조마조마… 완전 버닝해서..ㅠㅠ 1회부터 다시 봐야 겠다.. 솔직히 처음부터 보질않아 감정이입은 안됐지만.. 그래도 난 현실적 욕망을 추구하는 장준혁에 올인..ㅎㅎ (원래의 나라면 게으른 이상주의자일 텐데.. 사람이 바뀌는게 나도 신기할 따름..ㅎㅎ)
이제 법정 씬으로 넘어가면서 세상은 증말 빽 없으면 살기 힘들다는게 너무 서글프네.
장준혁 쪽 짱짱한 변호사들 봐봐..ㅜ.ㅜ
윗글처럼 장준혁 삶이 더 리얼하며 미워할 수 없는 역할이지만, 그래도 갠적으로는 최도형같이 살으리랏따. 아멘…
ps: 유일하게 젤 멋진 역할은 '차인표' 였었음.
"먼저 익스큐즈하고요.. 안녕하세요 잘 돼시죠?
제가 잔스홉킨스에 있을땐… " 윤종신이 밀고 있는 건데 ㅎㅎ
개인적으로는 최도형이 잘 됐으면 한데 쩝..
장준혁이 잘되면 우리같은 사람 살맛 않나지 않나?
현실이 그렇다하더라도 꿈을 줘야 살아가지..ㅋㅋ
그나저나 최도영, 장준혁 이놈들은 뭐먹고 목소리가 그리 좋단 말이야~부러워~
이모는 오경환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ㅋ 윤종신은 썰렁하게 별걸다 미네..ㅎㅎ 레오야.. 진정해라..별거에 다 꽂힌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