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2녀의 장녀이신 마덜의 막내동생.. 그러니까 나에게 막내 외삼촌이 되는 이 아저씨는

어릴적 나의 우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워낙에 얼빵해서 그랬겠지만..

말 같지 않은 마술로 입에서 동전이 나오고 연필도 나오고

심지어 라면까지.. (세상에.. 믿는 내가 더 웃기지만..) 암튼 막 그랬다.

덕분에 삼촌은 내게 하나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젤 위대한 존재였다.

허구헌날 띨빵하게 생긴 조카 앉혀놓고, 온갖 감언이설과 구라(일명 사기)를 쳤던

울 삼촌에 대한 기억은 어릴 적 낡은 용산동 외할머니 집과 오버랩 되면서

한겨울 추운 마루, 난롯가 한켠에서 스탠드만 의지한 채 영어공부(만..ㅎㅎ)하던

기억으로 번지곤 했다.

친구처럼 형처럼 나에게 언제나 우상이던 그런 삼촌은 어느날 결혼을 하더니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넉넉치 못한 형편덕에 식당 아르바이트에, 교회 성가대 반주에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

그렇게 10년만에 졸업을 하시고 돌아와서는 어디 강사를 한다..

텃세때문에 이번에도 모교 교수직에 떨어졌다.. 는 소식으로만 전해져 왔다.

그러던 삼촌께서 결국 국립대 교수에 임용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온 가족이 대전으로 갔고,

지난 1년동안은 안식년으로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다.

덕분에 거의 몇 년을 못 봤던 삼촌..

그런 삼촌이 주말에 집에 오셨다.

…..

항상 형같고 친구같았던 삼촌은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에 뱃살도 나와버렸고,

예전의 제일 재밌던 조크의 정체는 한없이 썰렁한 교수님 개그로 판명(?)나 버렸다.

상점마다 가격이 다른 핸드폰 가격에 의아해 하고, 거금들여 만들었다는 개인 홈페이지를

엄마(?)와 누나(?)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나에게 삼촌이기 전에 막내아들 또는 막내동생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신실하고, 재주많은 영국의 대문호 밀턴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했다.

…..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내가 알던 사람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이 이상 야릇한 기분..

삼촌의 홈페이지를 보니 그런 기분마저 든다..

지금은 가족 모두 미국에 보내버려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되버린 우리 삼촌..

늦었지만 바라던 일을 하시게 된 점 너무 축하드리고..

혼자 계시더라도 늘 건강 챙기시길 기원합니다..

충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박영원 홈페이지 : http://infinitpark.com

차창에 번지는 수채화 (著 박영원)

빗소리는 그대 목소리 되어 서러운 나를 찾아 촉촉이 옵니다.

차창 두드리는 그 음성 그리움 되어 방울방울 수채화를

그려냅니다. 지우면 다시 그리고 지우면 다시 그리고

물감으로 번지는 그대의 속삭임은 차창에 어리는 슬픈 화가의

미소가 되고 설움이 되고 처마 끝 그리움의 눈물 됩니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옷 끝에 매어달린 애끓는 사랑을

얼음처럼 시리도록 떠나보낸 가슴에 그대의 서러움은 따뜻한

빗물 되어 녹아내리고 방울방울 수채화를 그려냅니다.

길가에 세운 내 작은 차는 새끼 잃은 암소처럼 엎드려 울고

차 등줄기에 흐르는 외로움은 이제 짐이 됩니다.

차창을 두드리는 그대의 음성이 물감으로 번질 때

내가 나온 텅 빈 마음은 유리창에 비치고

방울방울 서글픔은 수채화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