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발가락이냐? 손가락이냐?" 내 엄지손가락을 본 사람들은 꼭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뭐 꼭 위와 같은 말은 아니더라도 단 한 번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다.

얼핏 보면 그냥 발가락

거북이 머리, 뱀 머리, 부채, 발톱 별명도 가지가지

만들다 만 것 같은 짧고 뭉툭하고 부채처럼 펼쳐진 엄지손가락.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어릴 땐 꽤나 상처였다. 그런 이유로 언젠가부터 주먹을 쥘 때에도 엄지손가락을 손아귀 사이에 끼워 넣고 주먹을 쥐었고 아이들 흔히 하는 놀이인 "제로"(주먹을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가며 하는 놀이)를 가장 싫어했다.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 중 누군가 "야, 우리 제로하자" 라고 하면 "싫어! 안 해! 안 해! 너희들이나 해!"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렸다. 참, 성질머리하고는. 그도 그럴 것이 그 제로라는 놀이를 하면 그동안 꽁꽁 감추어 두었던 나의 엄지손가락이 너무도 당당하게 고개를 바짝 쳐들게 되니 같이 게임을 하는 아이들은 게임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엄지손가락을 보며 웃기에 바빴다. 내 차례가 되면 "발가락, 꼼지락거리지 말고 어서 해" 라며 농담 섞인 웃음까지.

어디다 감히 내놓기도 민망한 내 뭉툭한 엄지

고무장갑을 끼어도 엄지손가락은 뭉툭 반이 모자라고 벙어리장갑도 마찬가지, 그 어떤 장갑을 끼어도 엄지손가락 부분은 반마다가 텅 빈 채 너덜너덜했다.

"어머, 언니는 손톱 길러도 소용없겠다"

그것뿐이랴, 한참 손톱 관리가 유행을 타기 시작할 때 거금을 들고 꽤 고급 손톱 관리실에 친구들과 들어가 주르륵 앉은 적이 있었다. 20대 초반 아가씨들의 수다와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마당에 난 내 손톱을 손질하고 있는 담당의 표정을 보며 뒤통수에서 식은 땀 한 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나름대로는 관리를 열심히 했던 손톱이기에 기르고 다듬고 매니큐어도 발랐었다. 당연히 엄지손가락도 내 손가락이기에 손톱을 기르고 다듬었었다. (사실 이 속엔 손톱이라도 길러서 손가락이 길어보이게 하려는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정성스레 기른 내 엄지손가락을 보는 담당 관리사. 굉장히 신기하고 별스러운 물체를 바라보듯 크지도 않은 눈을 똥그랗게 뜨며 호들갑을 떤다.

"어머, 언니 호호호. 엄지손가락이 참 귀여우시다."

뭐가 귀엽다는 거냐! 내가 그 의미를 모를 줄 아냐!

혼자 킥킥대며 오밀조밀 내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내 엄지손가락 두 개를 모아서 눈앞에 들어 살펴보기도 하며 참 노골적으로 신기해 했다. 그리곤 내 엄지손가락은 기르면 부채꼴이 된다며 그냥 짧게 자르고 매니큐어 바르지 말고 없는 듯이 관리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했다. 그때부터 난 엄지손가락은 기르지도 관리하지도 않은 채 항상 싹둑 짧게 깎아버린다. 물론 그때부터 다른 손가락에도 매니큐어 같은 치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오로지 짧게 자르기만 할 뿐.

내게는 나만의 친구가 둘이나 있다

하지만 간혹 "어머, 이런 손가락 가진 사람들이 잘 산대" 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어서 난 내 엄지손가락을 예쁘게 봐주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자면 이 손가락이 가끔은 귀여워 보일 때가 있으니 두 손가락을 포개어서 보고 있자면 거북이 머리 같기도 한 것이 뱀의 머리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주 심심할 때면 혼자 놀이의 진수, 엄지손가락에 그림 그리기 놀이도 한다.

나의 취미생활, 둘 다 내 평생 친구다

사진처럼 이러한 놀이인데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나와 왼쪽 엄지손가락과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함께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혼자말로 말씀하셨다.

"저기 드디어 미친 기가. 시집이나 갈라는 고 모르겠네."

어릴 땐 아버지마저도 "그냥 살아도 돼, 얼마나 귀여운데"라고 해주셨으면 좋으련만 워낙 미모에 민감하시고 눈이 높으신 아버지이신지라 "괜찮아, 나이 들고 수술하면 돼" 라고 하시어 어린 딸의 가슴에 '아, 난 정말 못난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셨다.

살다보면 정들고 그러다 보면 귀여워 보이는 것

능글이 아저씨 오른쪽 손가락. 꽤 귀여운 캐릭터

내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훗,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당당하게 "No.1"이라고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꿈, 아, 사람들의 황당한 표정이 눈에 선하여 아직 그 단계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생겨진 몸이고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으니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거리라 생각하고 무디게 살려고 노력중이다. 가끔은 귀여워 보일 때도 있으니 말이다. 콤플렉스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좋다, 좋다 생각하면 개성이 되는 것이고 밉다, 밉다 하면 정말 콤플렉스가 되는 것.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내 손에 달린 발톱 두 마리도 평생 보면 정겨워 보이지 않을까?

(오마이뉴스, 2005-06-30)

※ 인터넷에 이 기사를 보고 한참을 미소지었다. 동병상련의 느낌이랄까.. 나 역시 이 분과 똑같은 손가락(비록 한 쪽만 이지만..)을 가지고 무수히 저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손가락으로 푸샵하면 잘하겠다는 둥, 어릴때 절단된거 아니냐는 둥, 발가락하고 반대로 붙힌거 아니냐고 발보자는 사람까지 아주 별의별 소릴 다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비록 이 사람처럼 저리 즐거운 놀이(?)를 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손가락이 재주가 많다는 둥, 고집이 세다는 둥 뭐 그런 말에 장난스럽게 넘어가 줄 정도는 된 것 같다. 한때 기타에 빠졌다가 손가락이 저리 생겨 기타코드 잡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고는 좌절했던 것이 기억난다. 근데 내 손가락 내가 봐도 우끼긴 우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