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말이 닳고 흔해진 것처럼 쿨이라는 말도 닳고 흔해빠졌다. 어떤 지경이냐 하면 이제 쿨이라고 말하는 순간 더이상 쿨하지 않게 돼버린 거다. 하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누도 잇신 감독)이라는 유난히 길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제목의 영화에 대해서는 ‘쿨’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조제’는 요즘 일본의 젊은 정서를 관통하는 ‘쿨’의 정체를 잘 보여준다. 굳이 풀어쓰자면 담백하고 진부하지 않으며, 거짓말 안하고 그래서 썩 괜찮은 러브스토리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꽃미남 대학생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가 괴팍한 할머니와 살고 있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조제(이케와키 지즈루)를 알게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퉁명스러운 말투의 조제는 음식솜씨가 기막히게 좋고, 동네쓰레기통을 뒤져 할머니가 구해온 책들을 송두리째 읽었다. 조제라는 이름도 사강의 소설 ‘1년후’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의 이름. 영화는 사강의 소설에서처럼, 사랑에 빠진 조제와 쓰네오가 딱 1년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를 그린다.
단순하고 평범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에 쉽사리 잊히지 않는 빛나는 감각을 더해주는 것은 쿨한 캐릭터와 대사들, 그리고 존재감있는 배우들의 연기다. 말하자면 평범남과 쉽지 않은 사랑을 하고 헤어지는 조제는 장애여성의 전형성을 벗어난다. 그렇다고 ‘캔디’같은 불가해한 낙천성을 지닌 것도 아니고 우리영화 ‘안녕 UFO’의 이은주처럼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며 귀여운것도 모자라 천진함을 가장하는 닭살스러운 캐릭터도 아니다. 장애라는 한계속에 폐쇄적으로 살면서도 떼쓰거나 자학하지 않는 ‘쿨’한 여자다.
조제와 쓰네오가 헤어지는 날, 두사람은 출근하는 쓰네오를 조제가 배웅하는 여느날의 풍경을 연출한다. 쓰네오는 조제에게 이별의 말을 하고, 집밖에서 기다리는 새로운 연인에게 달려가고, 그러고는 ‘나는 비겁하게도 그녀에게서 도망쳤다”는 내레이션과함께 길거리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 와다 에이미 같은 신세대작가의 선배인 다나베세이코의 20페이지 남짓한 단편소설이 원작. ‘워터 보이즈’의귀여운 소년 쓰마부키 사토시가 느낌좋은 배우로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범한 외모지만 무표정하게 툭툭 내뱉는 말투(오사카 사투리)만으로 ‘쿨 걸’ 조제의 내면을 한눈에 드러낸이케와키 지즈루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고양이의 보은’에서 여주인공 하루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지난해 일본 인디영화의 최고흥행작이자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베스트 일본영화’. 올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돼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물고기여관’에서 마지막 섹스를 나누는 장면은 최고의 여관방 장면이 될 듯. 영화 도입부의스틸컷,‘쿠루리’의 OST 음악도 진짜 ‘쿨’하다.
(문화일보 2004-10-16, 양성희기자)
※ 제목도 특이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를 봤다. 몇몇 사람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본영화 특유의 지루함(?)이 있는 그런 영화다. 특별한 드라마도 특별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관객과 일정한 간격을 벌리고 영화는 진행된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화려한 액션의 블록버스터 영화나 감동을 강요(?)하는 미국영화 보다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
리뷰기사에서도 알수 있듯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는 장애인과 일반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칫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시작은 그러나 관객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 영화 어디에도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짓게 하는 장면은 없다. 그저 아릿한 아픔만이 전해져 올 뿐.. 그것은 오아시스 처럼 진중하고 불쾌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지독하게 쿨한 만남과 이별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과연 쿨한 사랑은 가능할까? 영화를 보고 머리속에 꾸준히 드는 질문이다.
어쩌면 쿨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사랑하니깐.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파하고. 그리고 순응하기도 하겠지.. 조제처럼..
쓰네오가 조제에게서 (그의 표현대로)도망치고 예전 애인을 만나는 장면에서 그리고 길에서 대성통곡 하던 장면, 그리고 바로 뒤에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는 조제의 뒷모습은 한동안 내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작품성 ★★★☆
오락성 ★☆
………….
있지, 눈 감아봐. 뭐가 보여?
아무것도 안보여, 깜깜해.
그곳이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
난 그곳에서 헤엄쳐 올라온 거야
뭐 때문에?
너랑 이 세상에서 제일로 야한 섹스를 하려고,
그렇구나
조제는 해저에서 살고 있었군.
그곳에서는 빛도 소리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아
너무나 고요해
외롭겠다
그다지 외롭지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단지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흘러갈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을꺼야
언젠가 네가 없어지게 되면 미아가 된 조개껍데기처럼
혼자서 바다밑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게 되겠지
그것도 나쁘지 않을꺼야…
…….
하지만 조제.
난 그렇게 못할꺼 같아. 다시 누군가를 잊기위해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슬픔으로 가득찬시간을 다신 보내지 못할 꺼 같아.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모두 느껴보고 가고싶은 나지만..
그런 시간을 또 보내진 못할꺼 같아.
차라리 지금 처럼 지내는게 나아.
그래..난겁쟁이가 되버렸나봐.
…….
헤어지고 나서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여자가 있다.
하지만 조제와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두 번 다시 조제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어디서 보는 것이야? ^^
DVD 봤는데요..ㅎㅎ 이 영화 어둠의 경로로도 있는 것 같긴하대요..
하이퍼텍 나다에서 5000원에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꼭 한번 봐야겠네요.
이거 같이 보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막상 같이 보게 되지 못하니까 이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진다. .
하이퍼텍 나다? 머죠? 빈집님 이 영화 추천이예요.. 꼭 보시길..
파라..이거 보면서 울었지? ㅎㅎㅎ 나두 빌려서 복사해놔야겠군. 포스터 일러스트가 넘 맘에 들어요.
ㅎㅎ..설마요.. 그나저나 역시 그림하셨던 분이라.. 저도 이 일러스트가 넘 멋져서 스틸도 있었지만 감상문에 스틸보다도 이걸 넣고 싶더라구요..^^;
일본영화 특유의 지루함이라믄 내 취향은 아니구만.. 하지만, 일러스트는 참 맘에 드네.
DVD 하나 사야쓰거따.
그럼…얼음이꺼 빌려봐야징…. ==3=3=3=3=
역쉬…Ray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