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ynopsis ]

제 1막

1장. 프롤로그

극은 태초의 인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네 명의 주인공이 무대에 등장해 단조로운 어조로 노래한다. 그들은 여자와 남자가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서로가 뻔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얘기한다.

칸타타 #1 데이트 칸타타

시간은 수천 수억 만년을 건너뛰어 무대 위에는 현재의 젊은 네 명의 주인공으로 변해 있다. 첫 데이트, 새 로맨스를 꿈꾸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미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장. 정말 정말 시간이 없는 관계로…

너무 바쁜 직장인 남녀의 첫 만남. 여자는 너무 바쁜 관계로 첫 번째 데이트를 건너 뛰고 두 번째 데이트로 넘어가자고 한다. 그러자 남자는 세 번째 데이트를 제안한다. 다시 첫 번째 섹스, 두 달째의 만남, 다툼, 화해, 헤어짐, 재회하는 데까지 이르고…

3장. 몸짱 vs. 얼짱

제대로 풀리지 않는 데이트에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두 명의 남녀가 몽상에 빠진다.

4장. 남자들은 지껄이고 여자들은 듣는 척 할 때…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하고 있는 두 쌍의 남녀. 여자는 ‘남자가 이리도 없나’며 한탄하고, 남자는 자신의 뻥에 여자들이 목을 맨다며 만족에 빠져 있다.

5장. 눈물을 보이는 그대…

한 마초맨이 ‘여성용 최루성 영화’에 끌려가게 되고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6장. 라자냐, 그리고…

4번째 만남인데도 손끝 하나 안 건드리는 남자에게 서운한 여자와 너무 마음에 들어 실수라도 할까 봐 오히려 조심하는 남자. 드디어 이들의 사랑을 위한 특별한 밤이 펼쳐진다.

7장. 부모님

아들의 2년째 교제를 축하하며 약혼선물을 건네는 부모님. 이때 아들은 일을 위해 헤어지기로 했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부모님은 짝이 있어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고 목놓아 노래한다.

8장. 만족을 보장합니다

잠자리에 만족한 남자와 불만족인 여자. 이때 부부생활의 만족을 보장한다는 법률 회사의 변호사가 등장한다.

9장. 전화

오늘 만난 남자로부터의 전화를 목 빼고 기다리는 한 여자. 드디어 안부전화가 걸려오고 여자는 정신을 못 차리며 환호한다. 급기야 ‘황금 전화기상’ 트로피까지 등장하는데…

10장. 싱글 탈출!?

아티카 교도소에서 진행되는 이례적인 싱글 단체미팅 현장. 교도소에서 종신형으로 살고 있는 한 총각 남성이 초대강사로 등장하고 곧 이어 펼쳐지는 황당한 짝 맺어주기가 시작된다.

11장. 결혼 서약

한 커플의 결혼식장. 주례남녀는 결혼 후 펼쳐질 엄청난 인생의 비극을 노래하고, 커플은 결혼식장을 도망치고 싶은 심정뿐이다.

제 2막

칸타타 #2 갓 결혼한 부부가 신혼여행을 떠난다.

1장. 나는 들러리

들러리로 식장을 들어선 횟수가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많다는 한 들러리의 결혼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장. 부모가 된다는 것

아빠가 되어가는 즐거움에 흠뻑 빠진 한 친구와 그의 변화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독신 남성의 대화.

3장. 결혼 그리고 섹스 라이프

일상에 지친 중년의 부부. 그들은 오늘 밤, 짜릿한 풀코스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밖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엄마 찾는 소리…

4장. 온 가족의 드라이브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어려운 경험 중 하나. 바로 가족이 함께 차를 타는 일! 운전할 때면 왕이 되는 남편이 미워 죽을 것 같은 부인, 잔소리 하는 부인을 007 영화처럼 버튼 하나로 날려버리고 싶은 남편, 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좌충우돌 목적지 도착기.

5장. 기다림, 그 열받음에 대하여

한 여자가 풋볼 경기에 빠진 남편을 기다린다. 한 남자는 쇼핑에 빠진 부인을 기다린다. 또 다른 여자는 여자 화장실의 긴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린다. 이들은 기다림이란 열 받는 일이라고 노래한다.

칸타타 #3 나이가 들은 등장 인물들

6장. 지겨울 때도 된 것일까?

한 노부부가 습관처럼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남편은 문득 부인이 낯설게 느껴진다. 한편, 또 다른 노부부. 남편은 30년을 넘게 살아온 부인이지만 아직도 그녀를 보면 설레는 자신을 걱정한다.

7장. 로즈 리츠의 첫 번째 데이트 비디오

40번째 생일날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한 여자. 다시 자신의 삶에 자신감을 찾은 여자는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를 찾기 위한 첫 번째 데이트 비디오를 찍는다. 해변가의 모래알 같은 확률에 기대를 걸며…

8장. 장례식장 = 부킹장

사별한 두 노인이 장례식장에서 만난다. 그들은 자신이 아직 이 세상에 있음을 깨달으며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서로의 손을 잡는다.

9장. 에필로그

프롤로그의 네 명의 남녀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은 지구상의 모든 남녀들은 지치지도 않고 즐겁게 완벽한 동반자를 꿈꾸며, 사랑을 찾아 노력하고, 사랑을 찾은 후엔 상대에게서 더 많은 걸 원하리라고 노래한다.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

※ 23일 연강홀에서 뮤지컬 I love you를 봤다. 뮤지컬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도 아니고, 온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의 화려함을 가지지도 못했던 이 뮤지컬을 난 사전정보도 없이 별 기대없이 봤던 것 같다. 솔직히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분류되는 I love you는 미스 사이공처럼 멋진 음악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페라의 유령처럼 환상적인 무대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Footloose처럼 힘이 넘치는 안무가 돋보이는 뮤지컬도 아니었으며, 레미제라블 처럼 자유와 평등, 박애와 사랑과 같은 거창한 이념을 지닌 뮤지컬도 아니었다.

무대는 지극히 단순해 평면적이기 까지 했으며, 등장인물은 고작 4명이 전부였고, 한개의 커다란 이야기를 다양한 이야기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서사구조가 아닌 마치 학예회장의 꽁트처럼 조근조근한 15개의 이야기들이 옴니버스처럼 나열되어 있는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뮤지컬 I love you는 어떠한 드라마틱한 연애담이 아닌,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살아있는 사랑 이야기'를 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또 현재 경험하고 있을 남녀간의 복잡 미묘한 이야기를 가장 단순한 무대에서 단순하지만 신선한 음악으로 들려준다는 점에서 난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남녀의 만남과 사랑의 시작, 결혼, 출산, 그리고 헤어짐과 노년의 사랑까지 각 장마다 풀어지는 작은 이야기들은 한정된 공간에서 속사포처럼 각기 다른 주제와 방식을 통해 남녀,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때로는 만담식 꼭지에서부터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한 모놀로그, 그리고 전형적 뮤지컬의 방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역시 다양했으며, 이러한 다양함 속에는 단일 세트로 제한된 공간안에서 몇 종류의 의자, 테이블, 결혼식 부케 정도의 최소한의 소품으로 자유스럽게 시공간을 변화시키는 지극히 모던하지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연출이 있었다.

뮤지컬 I love you는 전세계 150개 도시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9.11테러 당시, 침체에 빠진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한 매진행렬 기록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러한 흥행성공의 절반은 기가막히게 잘 짜여진 각본과 신선한 음악, 그리고 간결한 연출의 힘에 기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볼 만하게 만드는 나머지 절반의 공은 무대 위의 배우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다.

교도소 종신범, 데이트 도중 슬픈 영화를 보며 펑펑 울음을 터뜨리는 울보 남자, 집에서는 아내에게 쩔쩔매지만 자동차만 타면 야수로 돌변하는 남편 등 갖가지 역을 자유자재로 소화하며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남경주, 탁월한 가창력으로 무대를 사로잡는 이정화 등 네 명의 배우들은 모두 짤막한 에피소드 곳곳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자연스런 앙상블을 이룬다.

그러나 1막의 템포빠른 경쾌함이 갑자기 무거워진 2막 덕에 그 빛이 조금 바랬다는 것과 각 장의 주제를 말해주는 전광판(?)의 가독률이 떨어졌다는 점, 연기력에 비해 성량이 조금 부족했던 오나라의 연기가 이 공연의 아쉬운 점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I love you는 20대 싱글, 30~40대 부부, 노년의 남녀를 통해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보여주고 있다. 사랑이란 때론 가슴 아프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 사랑이 빠지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되묻는다. 상처 받고 상처 줄 지라도 오늘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자고 힘차게 외친다.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비현실적인 사랑 대신 현실적이고 솔직한 20가지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진솔하지만 무겁지 않고,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이야기 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