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의 어려움과 신경성 위장 증상을 이유로 42세의 박00씨가 병원을 찾아 왔다. 그녀는 1남 3녀의 장녀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술과 노름을 좋아해서 경제적으로 무능하였고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해야만 했었다.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동생들을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친구들이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일터로 나서야 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남편 역시 점차 술에 의지하여 지금은 일도 하지 못하는 중증의 알코올 중독이 되었다. 술 취한 남편의 주정이 이제는 지긋지긋 하지만 그녀가 떠나면 남편은 살 수 없을 거라는 연민에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자신의 삶은 보상 없는 희생만이 이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끝내 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누군가 그녀의 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기구한 운명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너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녀는 평생 누군가를 보살펴야 할 운명을 타고 나기라도 했을까? 아니면, 스스로 그러한 삶을 선택한 것일까?
정식 정신과적 병명은 아니지만 인간적 유형의 특성을 묘사하는 용어로 '관계중독증'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들에게는 늘 '내'가 없다. 나의 생각, 감정, 욕구 등 자신 안의 세계와는 접촉을 하지 않고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삶의 의미는 '남과의 관계'에 있다. 끊임없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누군가를 찾는다는 점에서 이 역시 ‘중독’이고, 남을 도움으로써 상처를 잊어버리고 자신의 문제를 회피한다.
이들은 성장과정 중에 학대를 당하거나 부모의 관심과 애정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다. 이들은 상대가 마치 애정결핍 속에 지내온 어린 시절의 자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껴안고 일방적으로 베푼다. 그러므로 이들이 진정 힘들어 할 때는 관심과 도움을 베풀 대상이 없거나 그들의 노력이 인정 받지 못할 때이다. '대가'를 바라고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상대가 자신의 헌신에 고마워하지 않으면 굉장히 상처 받고 분노한다. 그 대상과의 헤어짐은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괴로움이 되고 만다.
일종의 '착한 남(여)자 콤플렉스'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주위를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꼭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남의 고민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 주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은 꺼내 놓지 않는 사람. 늘 자신의 요구는 뒷전이고 상대방의 요구만을 배려해 주는 사람.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들어줄 수 없는 부탁임에도 '아니오'라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사람.
사람 좋다는 주위의 평가가 늘 이들을 따라 다니지만 정작 이들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느낌에 허우적거릴 때가 많고 왜 이렇게 세상은 삭막하고 사람들은 이기적인지 한탄할 때가 많다. 이렇듯 자신에 대한 불안정감 때문에 이들의 얼굴에는 우울함과 분노가 배어있기 마련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만을 남에게 줄 수 있다. 내 안에 사랑이 있어야 사랑을 베풀 수 있고 내 안에 평화가 머물러 있어야 남에게 평화로움을 전해줄 수 있다. 내 안에 가지지 못한 것을 남에게 줄려고 할 때 그것은 더 이상 베품이 아니라 보상욕구에 시달리는 희생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정말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나를 희생하면서 남에게 베풀려고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면서 남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문요한 (태능성심정신과 원장)
※ 허거덩..풀장에 뛰어든 느낌이군..지난번 P군과의 대화에서도 느꼈지만, 외동이라는 것은 불안정한 삶의 모습으로 늘 관계에 대해 갈구하게 되고, 그것은 자신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난 관계를 너무 무시해버리는 것이 문제인데..
흠.. 내안에 사랑이 있어야 사랑을 베풀수 있고 내 안에 평화가 머물어 있어야 남에게 평화로움을 전해준다고..
흐흐.. 난 사랑 받고만 살아야쥐..
'착하다' 라는 단어는 이미.. 그 본질이 변한지 오래되어,
그 개념을 새로이 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ㅡ..ㅡ 요즘들어 드는 생각.. 난 정말 착하지 못한 인간형은 아닐까 한다는…
왜 그런 의미없는 생각을 하는쥐.. 넌 정말 착하지 못한 인간형이지.
ㅎㅎ.. 내 생각에도.. 나랑 똑같이 착하지 못한 너를 만나 아주 사는게 다행이란 생각을 한단다..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