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좋아하는 외교관들은 ‘라타볼라(La Tavola)’를 즐겨 찾는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면서 얇고 바삭한 이탈리아식 피자로 외국인과 내국인들에게 고루 사랑받고 있다. 바지락 조갯살을 올리브기름에 볶은 국물이 우리 조갯국처럼 시원한 ‘봉골레’, 감자로 만든 수제비처럼 쫄깃한 감자 파스타 ‘뇨끼’ 등 파스타도 제대로 된 맛이 난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마실 만한 와인들도 있다. 이탈리아산(産)이 특히 강세다.

프렌치 음식을 선호하는 외교가 사람들은 ‘라 시갈 몽마르트(La Cigale Montmartre)’를 방문한다. ‘몽마르트르의 화가’ 로트렉의 그림이 담긴 작은 액자들이 주렁주렁 걸린 강렬한 빨간색 벽이 인상적이다. 프랑스식 해물탕 ‘부야베스’가 얼큰하다. 뜨겁게 녹인 버터와 레몬즙으로 가자미 자체의 맛을 살린 생선구이도 맛있다. 그러나 이 프랑스 레스토랑은 벨기에 항구도시 브뤼셀에서 개발한 홍합요리로 유명하다. 화이트와인, 크림, 다진 양파, 파슬리로 만든 국물에 홍합을 쪄낸 ‘브뤼셀식 홍합요리’에는 맥주를 곁들이면 좋다.

파리 뒷골목 모퉁이를 끼고 있는 허름한 비스트로가 그리운 프랑스 사람들은 ‘르생텍스(Le Saint-Ex)’를 자주 찾는다. 비스트로(bistro)는 술과 함께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선술집 같은 작은 식당. 레스토랑 문 바로 안쪽에 놓인 작은 칠판에는 매일 주방장이 시장에 나가 가장 값싸고 신선한 재료를 골라 짠 ‘오늘의 메뉴(plats du jour)’를 분필로 적어놨다. 레스토랑 중앙에 놓인 다양한 디저트를 골라먹는 재미에 이 집의 단골이 된 여성들도 많다.

해밀턴호텔 뒤 ‘게코스 가든(Gecko’s Garden)’도 빼놓을 수 없는 곳. 자연 그대로 무성하게 자라난 나무와 풀, 꽃들이 인상적인 정원을 갖췄다. 테라스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딱이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정원 속에서 즐기는 풍취가 일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파키스탄, 터키 등 이슬람권 국가 외교관들은 한국에서 외식하기가 쉽지 않다. 이슬람 교리상 돼지고기는 입은커녕 손도 댈 수 없는 데다, 다른 고기를 먹더라도 이슬람 교리에 따라 도축한 ‘할랄’ 고기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슬람권 국가 외교관들은 이태원에 있는 파키스탄 레스토랑을 즐겨 찾는다. ‘모글’은 1984년 문을 연 오래된 파키스탄 음식점이다. 모글 건너편 ‘우스마니아’, 이태원 쇼핑가에서 직각으로 이어지는 반포로에 있는 ‘알사바’도 본토의 맛을 비교적 고스란히 유지하는 파키스탄 맛집들이다.

한국 유일의 이집트 음식점인 ‘알리바바’는 주한 이집트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던 칼리드 알리(36)씨가 주인이다. 수도 카이로가 고향인 알리씨는 말타·이탈리아·독일 주재 이집트 상공회의소에서 일하다 1994년 처음 한국에 부임, 2001년 아예 정착했다. 병아리콩으로 크로켓처럼 만든 ‘팔라펠’, 닭고기를 레몬과 양파 소스에 재워 오븐에 굽는 ‘알리바바 치킨’ 등 이집트 음식은 맛과 향이 순한 편이라 한국인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조선일보, 2004-07-04)

※ 예전에 La Tavola는 가본거 같은데.. 갑자기 피자 먹구싶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