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어가서 한 4개월 정도 지났을때 부모님은 외국으로 가셨었다.

그뒤로 팔자에도 없었던 자취생활을 시작한게 한 8년쯤 되나보다.

한 3년을 남산 중턱 주택가의 한 옥탑방에서 시작했는데…

옥탑방에 살아본 사람은 알리라.. 옥탑방이 얼마나 불쾌한 주거공간인지..

한여름의 뙤약볕에 달궈진 벽돌벽은 밤새 식을 줄 모르지..

겨울엔 건물의 모든 바람을 최상단에서..다 막고 서있으니..

암튼간 그 때는 정말 고생이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혼자 살아서 처음에만 신났던 것과 가끔 옥상에 심어논 상추 훔쳐먹는 재미만 빼고는…ㅋㅋ

암튼 사족이 자꾸 길어지는데.. 형제가 없던 탓에 어려서 부터 난 비교적 자연스럽게 스스로 챙겨먹는 것에 익숙해왔다.

코 찔찔 흘리던 시절부터 집에온 손님에게 라면(?)정도는 대접 하곤 했으니..ㅎㅎ

그렇게 시작된 요리와의 인연(?)이 저 자취생활에서 정점을 맞았었다.

볶음밥이나 라면정도야 머 간단했지만..

막상 자취를 하면서 겪게 되었던 밥과 반찬, 국이나 찌개 따위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능수능란함은 버거웠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가스레인지의 불구멍은 두 개인데.. 꼭 한 곳에만 불이 들어와 있고..

밥을 먹고나면 온통 부엌이 난장판이 되곤 했다.

자연히 강의가 끝나면 대충 학교근처 식당에서 허기를 때우거나 집에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거나 하는 생활의 반복 이었다.

그렇게 한달여의 적응기가 지나고서 나는 서서히 요리에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진짜 쓰면서도 지지리 궁상이다. 별걸 다 써..ㅎㅎ)

동시처리 능력도 월등해져서.. 어느덧 밥과 찌개는 동시에 올라가져 있고..

밥이 되는 시점에 맞춰 반찬따위는 도마위에서 착착 썰어져 나갔으며, 밥상을 다 차리고 나면 개수대엔 설거지 꺼리하나 없는 완벽한 시스템이 이루워 졌으니..ㅋㅋ

서점에 가서도 간단하게 해치울 수 있는 요리책 류에 눈이 갔고, 자취하면서 얼굴이 핀다는 친구들의 의아함도 있었고,

새로운 시도도 무척 많이 해서..엥겔지수가 급상승 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원래 혼자서 콩당콩당 멀 만드는 게 취미인지라..저런 것들이 나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여하튼..지금은 어떠냐 하면..

밥이 없으면.. 라면.. 라면도 없으면.. 그냥 굶거나..정 배고프면 주린 배를 움켜잡고 냉장고를 열어 상태가 좋은 것 부터 먹기 시작한다.

여간해선 칼을 잡지 않으며, 커피메이커에 버튼을 누르는 것을 제외하면 가스나 전력을 소모하는 법이 없다.

아마 그 시절 넘 많은 것을 알아버린(?) 탓이 아닐까 싶다…

무료한 토요일 오후..오랫만에 칼을 잡고 한번 만들어 봤다.

다른 것들도 찍으려 했지만..설거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탓에 거의 대부분 냄비와 반찬통으로 해결해서..딱 저것만 찍었다.

맛은 어떠했냐하면…내가 만들어도 맛없는 건 맛없다 말하지만…저건 진짜 끝내줬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