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의 실력관 어울리지 않는 사진(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촬영이겠지만)에 대해 질문을 받을때가 있다. 그럴때 마다 난감하기도 하고, 왜 하필 나한테 묻냐.. 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의 시행착오와 그동안 몸소 체험한 경험 등을 적당히 섞어 아래와 같은 사기성 농후한(?) 조언을 하곤 한다.

1. 어떻게 찍을지에 집착하지 마라.

사진에 입문하면서 발생하는 초보증상에 대한 일반적인 발전단계는 다음과 같은 것 같다.

자신의 카메라에 대단히 만족하고, 기능 숙지에 급급한 단계→신기한 기능(예컨데 나이트 샷 기능이나 동영상 촬영)에 집착하는 단계→모든 것을 직접하길 원하는 단계, 특히 노출에 있어서 조리계와 셔터스피드를 직접 맞추는 것이 진정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단계→특수 효과에 집착하는 단계, 크로스 필터, 색보정 필터 등 각종 필터와 부가 장치에 목숨거는 단계→특이한 장면에 집착하는 단계, 별모양의 조명, 안개같은 물결 등등

촬영에 대한 테크닉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진이 담고 있는 내용에 있지 않을까?

2. 설명적인 사진은 피하라.

처음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에 하나는 자신의 경험과 찍힌 결과물이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예를들어 데모현장의 풍경을 스케치 하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 무수히 많은 컷을 잡았다고 하자, 그러나 집에 와서 찍힌 결과물을 보면 모든 것을 한 장면에 담고 있기에 이것이 단순히 사람들이 모인 모습인지 아니면 시장인지 조차도 헷갈릴 경우가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사진은 자신은 비록 직접 현장에서 모든 것을 몸소 체험했기에 그 당시의 풍경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제 3자에게는 이러한 사진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당신의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에는 사물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지 않는다. 자신의 인식을 통해 사물을 지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여주는 사진의 경우 이러한 인식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면을 담기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강조하는 편이 더 빠르고 수월하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3. 소재주의를 경계하라.

사진을 찍다보면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슬럼프가 있다. 이럴때 가장 빠지기 쉬운것이 바로 이 소재주의다. 소재주의란 신기한 장면, 놀라운 풍경, 특이한 장소 머 이런 것에 집착하여 찍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장비에 대한 욕심으로도 연결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특이한 장소, 특이한 장면은 분명 사람들에게 빨리 어필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진한 화장의 여인이 쉽게 질리는 것 처럼, 소재주의적인 사진은 진한 매력을 갖기 힘들다. 놀라운 풍경보다는 평범의 재발견이 사진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4. 피사체를 두려워 하지 마라.

대공간에 사람들을 풀어놓고 인물사진을 찍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의 도촬이나 뒷모습만 담아오기 일쑤다. 이러한 것은 카메라가 가진 공격성으로 상대에게 거부감을 주기 때문에 벌어지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성격도 큰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아무리 사진을 오래 찍었다고 해도 인물의 뒷모습만 찍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런 성격이라면 오히려 찍는 대상을 바꾸는 편이 낫다)

영화 레옹에 보면 레옹이 마틸다에게 킬러수업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강의를 한다. 초보 킬러의 무기는 멀리서 상대를 맞추는 저격용 총이고, 점점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무기가 바뀌며, 대상물에 가까이 가게 되고, 최종적으로 배우는 것이 바로 칼이라고.. 만약 자신의 성격이 지나치게 수줍음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피사체를 두려워 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사진은 위치이다. 대상을 가장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위치와 장소, 각도는 존재한다. 좀 더 좋은 포지션을 얻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5. 첫째도 구도, 둘째도 구도, 덤으로 초점.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많이 무시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구도이다. 빛을 담는 작업이기에 노출에만 온통 정신이 빼앗겨 노출치에 대한 실험에 열을 올리지 정작 구도는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충분한 노출관용도는 이미 확보되어 있으며, 언제나 후보정을 통한 노출의 가감이 가능하다. 사진은 빛을 담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3차원을 2차원으로 재현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2차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구도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덧붙여 초점의 정확함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구도의 사진이라도 초점이 나간 사진은 휴지통으로 버려야 할 테니까.

6. 좋은 사진을 많이 보지않고, 잘 찍으려 하지말라.

사진은 귀로 듣는 작업이 아닌 눈으로 보는 작업이다. 따라서 정확하고 좋은(?) 눈은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이것은 촬영뿐만 아니라 인화의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어 진다. 정확하고 좋은 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의 사진을 많이 봐야 한다. 유명작가의 좋은 사진들을 많이 봄으로써 눈을 훈련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정확하고 좋은 눈을 통해서만이 좋은 사진이 나온다.

7. 사진적 시각을 길러라.

대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대상 자체에 있기 보다는 오히려 은유를 통한 간접 표현이 더 큰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비오는 광경을 찍기 위해서 비내리는 하늘을 찍기 보다는 빗 방울이 맺힌 방충망이 비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 이상이 내가 사진에 있어서 생각하는 몇 가지 원칙이다.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기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나 또한 이것을 잘 지키지도 못하고, 나오는 결과물 역시 그다지 신통치 않다. 그러나 내 평생 가장 멋진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한 사진을 찍는데 이러한 원칙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리란 믿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