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 살인의 추억은 알다시피 암울했던 80년대 경기도 화성의 연쇄살인에 대한 영화이다. 누구는 암울한 80년대의 시대상이 영화에 녹아있지 않아 걸작도 졸작도 될 수 없는 영화라 평했다지만, 나에겐 JSA, 공공의 적을 잇는  기억에 남을 영화였던 것 같다.

그것은 기획력과 상혼에 빠져 성격은 없고, 상황만이 존재하는 수많은 잡초(?) 속에서도 빛나는 보석과 같이 치밀한 플롯과 인물 하나하나 마다의 꼼꼼한 성격묘사를 통해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줬으며, 탁월한 장소섭외와 카메라의 운동없이도 긴장감 넘친 추격씬을 찍어낸 촬영의 특출함, 그리고 조명과 미술의 승리였으며, 위대한 배우 송강호의 연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선혈이 낭자하는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영화가 아니라 풍경과 인물에 관한 영화이다. 난 이 영화를 보며 이상하리 만치 고호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화려한 색채 속에서도 이상한 페이소스가 묻어나는 이 그림은 이 영화와 무척 잘 어울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