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이 사실상 끝났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애꿋은 민간인들만 죽어났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며, 역사는 승자의 것 인만큼 세상은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장기전이 될 줄 알았던 이라크전이 단기전이 되므로, 미국의 오만방자함은 한 층 더하겠지만, 그에 따른 북한의 위기의식과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함을 느낀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위기상황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또, 이전과는 한층 격이 다른 실질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이 변했다고 개인적으론 생각하지만 말이다.

모처럼의 평온한(?) 주일저녁, TV에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 주한미군>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프로그램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위상에 대한 지향점, 핵위기를 헤쳐가기 위한 우리의 자세등을 논리적인 구성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난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일찍이 베이컨이 인간의 편협된 시각의 한계를 밝히고자 한 4대 우상처럼, 나 역시 그러한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조와 더불어 정보의 중요성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 재확신을 하게 되었고, 자기 몫의 파이에 따라 역사가 얼마나 의도한 바와 다르게 움직이는 가를 새삼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프로그램은 우선 주한미군이 존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무엇일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국방을 스스로 지킬수 없는 것일까? 이 물음은 세계 각처의 군사 전문가를 동원하여 육,해,공의 측면에서 비교설명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숫적 열세로 느끼는 북한의 군사력은 우리의 대물림된 군사적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논증하고 있다. 이라크 전에서도 밝혀졌듯이 산술적인 무기의 갯수, 병력의 양은 전력비교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150만 병력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병력의 대부분이 부족한 건설기계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토목공사용 인력이라는 사실, 탱크가 횡대로 진행하기 힘든 산악지형, 부족한 영양상태와 훈련상태, 반도국가로 인한 해군력을 집중하기 어려운 2분구조 -이런점에서 남한은 어찌보면 섬이 되버린 현재가 도움이 되버렸다, 낙후된 전투기와 연료부족이 가져온 비행사들의 훈련부족(1년에 13시간 교육을 받는단다). 이러한 여러가지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북한은 결코 서울까지도 진격을 못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재래식 전쟁동원 능력의 부재를 극복하며 체제보장을 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드는 미사일, 생화학 무기의 개발에 집중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북한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무기를 개발함으로써 전쟁 발발시 아태지역 전체를 함께 끌고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므로 북한은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이러한 현실에서 진짜 위험이 되는 것은 우리의 전시군사력 행사권이 미군에 있다는 점이라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일방적인 미군의 군사행동 -예를 들어 영변핵시설의 미군의 폭격- 개시될 경우 우리는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한 번 더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이러한 위기상황의 해결방안을 위해 남한으로의 전시군사 통제권의 이양과 더불어 남북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한 군비감축, 전방으로 집중된 부대의 재배치 등을 통해 민족의 상생과 평화를 이룰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제 미국은 악의 축 가운데 한 곳을 주목하고 있다. 그들의 패권주의에 의해 민족이 희생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위해서도 우리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국방정책 지도자들의 호도에 휘몰리지 말것이며, 자주적인 외교를 위한 한미관계의 재정립이 필수적인 현안이라 생각된다.

(사진출처 : 엠파스 이미지 검색, 필름 소스 : 신길우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