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죽고 싶은데?' '그냥요.' '그냥 장난하려고 자살사이트에 도배를 한거야?' '아뇨. 멋있게 죽고 싶어서요. 정말로 멋있게 죽고 싶어요….' 지난 3일 밤 10시 부산 광안리의 한 스포츠 카페. 포켓볼을 치며 주고 받는 대화치곤 섬뜩하다. 이 서늘한 대화의 주인공은 자살 안내인 S(정보석 분)와 '멋있게 죽어' 남들의 우상으로 오래 남고 싶은 커트(최성호 분).

제작진은 설연휴 기간을 모두 밤샘 촬영에 바쳤건만 영화 '파괴' 촬영장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파괴'는 상업영화에서 금기시돼 온 자살이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파괴'가 깨려는 건 주제에 대한 금기만이 아니다. 부산에서도 얼마든지 상업영화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제작환경 '파괴'도 영화 '파괴'의 몫. 전수일 감독(경성대 교수)이 주류 영화계에 내미는 야심찬 도전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13일 크랭크 인 해 40%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태. 3월초 크랭크 업을 목표로 빠르게 내달리고 있다. '메이드 인 부산' 영화 답게 밀양,경주,포천 등지에서 촬영하는 일부 장면을 빼면 95% 정도를 부산에서 촬영한다.

'파괴'는 김영하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각색한 영화. 자살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 방법을 일러주는 S와 그의 고객들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권태와 삶과 죽음의 의미를 그린 서스펜스 멜로 드라마다.

전 감독은 '파괴'를 통해 제2의 출발을 알린다. 전작 '내 안에 우는 바람''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와는 소재 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색다른 시도를 하기 때문. 전작들이 개인적 관심을 담아낸 것이라면 '파괴'는 보다 많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걸며 광장으로 나오려 한다. 그는 '전작과는 달리 객관적인 시선보다는 인물들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내면에 집중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불꽃같은 삶을 살아가는 행위예술가 마라는 추상미가,애인 세연의 죽음의 비밀을 풀어가는 총알택시 운전사 동식은 김영민이 열연한다. 비디오 아티스트 상현은 장현성이,동식과 상현 형제 사이에서 위험한 사랑의 줄타기를 하는 세연 역은 이수아가 맡았다.

조재현('내 안에 우는 바람') 설경구('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언했던 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내면 연기에 강한 배우 김영민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건다.

광안대교와 태종대 일대 항공 촬영,용인 자동차 경주장 장면 등 화려한 영상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촬영 장비,실내 스튜디오 대여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고 후반 작업은 프랑스에서 진행할 예정. 순수 제작비 8억원은 여느 상업영화 제작비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지만 제작비 조달문제는 영화 제작환경 '파괴'에 가장 높은 벽이다. 영화는 6월께 개봉된다.

(기사출처 : 부산일보 20030206)

※ 김영하의 책이 드디어 영화화 된단다.. 오.. 던 많이 벌어서 좋겠다.. 그나저나 지발 깨는 영화가 안 나왔음 좋겠다.. 주연이 정보석, 추상미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점 약하단 말야..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