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凡 김구 선생

반미감정이 연일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위정자와 후보들은 연일 판세를 예측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반미문제는 아예 이번 대선판도에 돌발변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반응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민족자존심의 문제를 친미/반미로 몰아가는 수구세력에 의해 시위세력은 안보를 위협하는 체제전복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일찍이 김구선생은 자신의 책 나의조국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그의 소망은 지극히 소박했다 아니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지금 우리의 소망 역시 소박하다. 고사리 고사리 손이 모인 촛불은 사고낸 차량의 운전병을 화형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성조기를 불태울 만큼 매서운 겨울바람을 견딜 수 조차 없다. 다만 그들은 죽은 두 오누이의 넋이라도 달래보고, 자꾸만 희미해 가는 조국의 자존심을 다시 지피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비분강개해서 혈써를 썼던 초등학생 처럼 감상적이지도 못하다. 그저 부끄러운 현실 앞에 단 한 개의 초도 켜지 못했던 나였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의 안위를 우선 걱정하고, 남에게 피해받기도 주지도 않은 채 이따금 이렇게 조악한 글로 속을 풀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열사들이 할복을 해도 한일합병을 막지 못했고 조폭들이 혈서를 써도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을 바로잡지 못했다고 말한 대검의 한 관계자의 말처럼, 시위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력에 대한 냉정한 현실 인식 없는 감상적인 반미는 결국 무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안타까움 뿐이다. 거대한 힘에 막혀 지레 포기하는 나의 모습은 결국 자본주의 사회의 최하층민인 룸펜프롤레타리아와 머가 다른가 반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