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다모임’ ‘다음’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미니홈피’의 인기가 연일 식을 줄 모른다. 미니홈피는 개인의 이야기와 사진 등을 올릴 수 있는 개인홈페이지. 자신을 노출하고 PR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누군가를 ‘몰래 관찰’할 수 있다는 야릇한 심리가 폭발적인 접속률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사람 찾기’ 등의 서비스를 통해 추억의 저 편에 묻어뒀던 옛 애인이나 잊었던 친구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저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문제는 ‘별 뜻 없이’ 헤어진 옛 사랑을 찾아 나섰다가 부부와 애인사이가 무너졌다는 갖가지 고백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홈피’ 세상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단순한 호기심이 감정의 혼란을 일으키고 이것이 외도와 불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미니홈피의 은밀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본다.

“혹시 싸이 하세요?”

마치 암호를 연상케 하는 질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를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친구하자”라는 온라인 상의 표현 방법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싸이월드 안에서는 회원간 신청과 승인을 통해 ‘일촌’이라는 관계를 맺는다. 현실의 인간관계처럼 사이버 상에서 맺어진 관계를 통해 ‘미니홈피’에 오갈 수 있다.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미니홈피’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개인홈페이지. 프로필은 물론 사진첩 게시판 방명록 다이어리 등의 메뉴를 제공하는 미니홈피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개인 신상명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로에 대해 알아 가는 과정.

일촌 관계를 맺지 않아도 정보를 볼 수 있다. 미니홈피 주인이 공개 설정을 제약하지 않는 이상 가능하다. 또 미니홈피에 올라온 수많은 이름을 클릭하면 ‘파도타기’라는 서비스를 통해 또 다른 미니홈피로 이동할 수 있다.

인터넷 포탈사이트 다음의 ‘플래닛’ 네이버의 ‘블로그’ 드림위즈의 ‘홈피’, 커뮤니티 사이트 다모임의 ‘홈피’ 등도 개인홈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별거 아내 연락두절 옛사랑과 연애 중

“별거 중인 아내와 연락이 안 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미니홈피에 접속했다. 미니홈피 첫 화면에 아내가 처음 보는 남자와 키스하는 사진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둔기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더니, 이내 눈앞이 캄캄해졌다.”

직장인 지영수(32·가명)씨는 현재 이혼소송을 준비중이다. 지난 달 초 우연히 A사이트에 개설된 아내의 개인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충격을 받은 뒤 이혼을 결심했다. 당시 3달 째 별거 상태였던 지씨는 아내가 휴대전화를 꺼놓고 지내는 곳을 알리지 않아 도무지 소식을 알 수 없었다. 3달 내내 아내와 연락이 닿질 않아 답답한 마음에 아내의 홈피에 접속했고 화면이 열리자마자 크게 충격 받았다. 홈피 첫 화면에 아내가 낯선 남자와 키스하는 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 사진 밑에는 ‘8년만에 다시 만난 우리 두 번 다시 헤어지지 말자’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 있었다. 또 ‘△△와 ○○의 집’이라는 문패와 같은 글도 있었다. 지씨는 방명록과 게시판 등에 올라 있는 글을 모두 살펴본 뒤 두 사람이 7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만남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아내와 지씨가 만나기 전인 7년 전에 잠깐 사귀었던 것으로 보였다. 지씨와 자주 싸우면서 갈등이 심해지던 7개월 전 우연히 홈피를 통해 만남을 가졌고 이 때부터 급속히 가까워 진 것으로 판단됐다.

지씨는 “성격 차이로 갈등이 쌓여 심하게 다퉜지만 잠깐 떨어져 있다보면 다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며 이혼을 결심했다.

그는 “7개월이 넘도록 아내에게 속고 있었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생겨 놓아주고 싶었고 또한 붙잡아도 다시 돌아올 것 같지도 않다”고 전했다.

지씨는 최근 법률구조공단에상담을 했다. 이혼은 물론이고 키스하는 사진으로 간통죄를 물을 수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지씨는 “협의이혼이 됐으면 좋겠지만 딸의 양육권과 재산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재판을 해서라도 반드시 이혼할 것이며 아내에게는 외도에 대한 죄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년여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

남편, 첫사랑과 밤마다 몰래 전화 데이트

결혼 1년째가 된 주부 장미영(27·가명)씨 역시 최근 남편 때문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최근 남편이 결혼 전 만나던 여성을 커뮤니티 사이트 미니홈피를 통해 또 다시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장씨는 “오랜만에 남편의 홈피를 찾아가 봤더니 결혼 전 사귀던 여성을 다시 만나고 있었다. 이 여성의 홈피에는 남편의 흔적이 곳곳에 베어 있었다. 홈피의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을 선물했고 방명록과 게시판에는 수 십 개의 글이 올라 있었다. 내 홈피에는 이제까지 딱 한번 글을 남긴 남편이 전 애인의 홈피에는 수시로 방문해 글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배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처음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장씨는 며칠 간 눈물만 흘렸다. 최근 남편의 잦은 국제전화의 이유도 바로 옛 애인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씨는 “눈물로 따져 물었더니 남편은 더 이상 옛 애인과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까지처럼 비밀리에 얼마든지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남편에 대한 믿음이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잠깐이지만 “이제 막 돌을 넘긴 아기와 함께 남편을 떠나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김수미(28)씨는 최근 남편의 이혼요구에 황당하기만 하다. 김씨는 현재 둘 째 아기를 임신한 상태.

최씨는 “집에서도 인터넷에만 빠져 있던 남편이 일주일 전에는 ‘과거 애인을 찾았는데, 당신은 진짜 사랑이 아니었던 같다. 헤어지자’라고 요구해 농담이 심한 것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남편은 ‘뱃속의 아기에게도 안 좋을 테니 못 볼 꼴 보이지 말고 그만 이혼하자’고 거의 협박 수준으로 나오고 있다”고 눈물을 떨궜다.

임신한 아내에게 “사랑 아니었다” 이혼요구

사이버 공간에서의 과거 연인과의 은밀한 재회가 커플 파괴로 이어지는 사례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회사원 최명주(25·가명)씨는 최근 5년 만난 남성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 이별을 선언한 사실이 충격이었지만 더욱 놀란 것은 애인이 최씨와 헤어지기 한 달 전부터 옛 애인을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최씨와 남자친구는 대학 1학년 때 만나 캠퍼스 커플이 됐다. “남자친구 때문에 학창시절 내내 미팅이나 소개팅 한 번 안 했다. 또 군 제대할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최씨의 얘기다. 그러다 한 달 전쯤 애인이 이별을 통보했고 최씨는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며칠 뒤 애인의 미니홈피에 들어간 최씨는 깜짝 놀랐다. 미니홈피는 최씨와 애인이 헤어지기 이전부터 개설돼 있었다. 게시판과 방명록 등을 구석구석 살펴본 결과 애인은 최씨를 만나기 전에 6개월 정도 사귀던 여성을 다시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애인은 “다시 돌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널 다시 만나지 못했겠지”라는 글로 옛 애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 놓고 있었다.

최씨는 “5년이란 세월을 지우고 고작 몇 개월 만났던 과거의 여자친구를 찾아간 그에게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미니홈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남자였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인터넷이라는 게 원망스럽다”고 이 사이트에서 탈퇴했다.

싸이월드 등 개인홈피를 지원하는 각종 사이트 유저끼리 “첫사랑의 사진을 봤는데 변한 것이 없더라” “결혼 전 사귀던 사람을 찾았는데 멋지게 변해 있었다”는 등의 얘기를 나누는 일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자신도 모르게 옛 애인의 미니홈피를 스토킹하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미니홈피를 기웃거리게 된다.”

미니홈피에 매료된 이용자들의 한결 같은 얘기.

김은경(26)씨는 “미니홈피의 성공비결은 바로 관음증과 노출증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미니홈피에 매료된 이용자들이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보인다는 것이다.

노출·관음증에 매료 남의 홈피 스토킹까지

“사진과 게시글에 이용자들이 시시각각 답글을 올리며 반응을 보이는 것이 즐겁다. 이후 또 다른 반응을 살피기 위해 좀 더 새롭게 미니홈피를 꾸미게 된다. 그 다음에는 남의 홈피를 찾아가 반응을 보인다. 미니홈피는 바로 대화의 공간이다.” 김씨의 얘기다.

한 때 ‘아이러브스쿨’이나 ‘다모임’ 등 ‘사람 찾기’ 커뮤니티가 열풍을 일으켰다. 이 같은 사이트가 당시 찾고 싶어하는 사람의 가입여부를 확인해 주는 정도였다면 미니홈피는 가입자가 지인이 아닌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설정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진 등 구체적인 모습까지 ‘몰래 관찰’이 가능하다는 데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지 궁금하다”는 단순한 호기심이 차츰 “하루라도 그의 일정을 확인하지 않으면 갑갑하다”라는 스토킹 증세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루에 한 번은 남자친구의 옛 애인의 미니홈피를 꼭 찾는다. 궁금한 마음에 그녀가 학창시절 활동하던 동아리 이름을 알아내 집요하게 쫓다보니 미니홈피를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습관처럼 하루에 한 번씩 미니홈피를 찾아 얼굴을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하고 남자친구의 과거를 질투한다.” (‘마이클럽’ 아이디 everXXX)

또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추억을 곱씹다보면 그(그녀)가 생각나 한 번쯤은 찾게 된다”는 게 이용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별 뜻 없었던 그(그녀)의 미니홈피 접속이 감정의 혼선을 일으키고 결국 은밀한 재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심지어 커플이나 부부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인터넷포탈사이트 각종 상담게시판에는 최근 이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글들이 자주 목격된다.

“결혼 생활 후에도 문득문득 보고 싶던 첫사랑을 찾았다. 첫사랑은 결혼해서 딸까지 두고 있었다. 막연히 그냥 한번쯤 보고싶었는데 얼굴을 확인하니 속이 시원하면서도 좀 이상했다.”(‘마이클럽’ 아이디 jjXXX)

“애인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첫사랑이 남긴 글을 보고 비밀리에 연락하다가 만나더니 어느 날 결별을 선언했다.” (‘마이클럽’ virXXX)

미니홈피 등을 통해 만남을 이루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 것이 결국 가정파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조원경(30·직장인)씨는 “인터넷의 미니홈피 등이 아니었다면 추억 속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도 없었을테고 결국 지금의 높은 이혼률도 없었을 것” 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못 말리는 관음증” 상담호소 잇따라

최근 한 영국의 언론이 ‘사람찾기’ 사이트가 봇물을 이루면서 이혼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한 상담가의 얘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 국내에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상담가는 기사에서 “여성의 역할 변화와 이혼에 대한 사회적 반감 감소, 직장에서의 역할과 책임 증대 등이 이혼율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외도’를 하기가 한층 쉬워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선미(28·주부)씨는 “인터넷이 만남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외도와 불륜을 낳고 가정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다”며 “이는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고 해서 자동차를 원망하는 것과 같다. 결국 인터넷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싸이월드의 경우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으며 20대의 89%가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저(user)들은 “추억을 되돌리기 전에 누구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옛 사랑’ 찾기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는 사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지연 기자

※ 에혀 무서운 세상… 진심으로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