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1년째인 임현주씨(서울 등촌동·35)는 결혼후 쌍둥이 언니와 다른 동네에서 산 적이 별로 없다. 남편 직장문제로 혹은 언니네 집이 이사할 때마다 서너번 이사했지만 몇개월씩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다니며 줄곧 같은 동네에 살았다. 전업주부였던 언니가 IMF 이후 파트타임 직장에 다닐 결심을 한 것도 한 아파트에 사는 동생의 든든한 지원 덕분. 2살에서 3학년까지 4명의 아이들은 물론 휴가나 외식 등 뭐든지 함께하는 남편들도 형제나 다름없다.

예전엔 부모님이 사시는 동네에 자녀들이 한둘 사는 경우가 많았지만 결혼후 당연히 따로 살았던 형제자매가 함께 모이는 경우도 늘어났다. 그렇게 되면 사촌들은 자동적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동창이다.

#육아문제로 모인다

마포구 성산동의 아파트촌에서 독서논술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한우리 마포센터 이혜정 지부장은 “4남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경우까지 봤다”며 “실질적인 육아문제와 더불어 자녀수가 적어지다보니 정서적으로도 함께 있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 주로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종사촌끼리 모여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자연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촌들끼리 논술클럽 수업도 같이 듣게 된다.

육아포털 베베하우스 맞벌이 동아리 워킹맘의 윤희숙 방장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결혼하면서 시댁이나 친정과 어떻게든 함께 살려는 분위기가 많다”며 “모여살기의 욕구가 가장 활발한 나이는 아이를 낳은 후 아이의 학군이나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동하기 전인 유아·초등학생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모인다

그러나 반드시 육아문제로만 규정할 순 없다. 한국여성개발원 가족보건복지연구부 변화순 선임연구위원은 새롭게 등장하는 ‘신 대가족’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자발성이 과거 대가족과의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과거의 대가족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었고 그에 대한 반사현상으로 독립된 핵가족이 나왔다면 이젠 핵가족과 대가족의 한계를 아우르는 개인의 필요에 의한 모여살기가 대두됐다는 것. 다시 말해 대가족의 불편함에서 핵가족이 나왔지만 급속한 사회변동 속 국가나 가정, 개인이 보살핌을 해결하거나 처리할 능력이 없어지면서 정서적, 육체적, 경제적 보살핌을 해결하고자 모여살기가 대안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수직적인 혈연이 아니라 수평적인 계약에 의해 원하는 만큼만 생활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변연구위원은 이런 형태의 모여살기를 ‘따로 또 함께 가족’이라고 이름붙였다.

#모여살기 수칙이 있다

함께 산다는 것이 굴레가 아니라 친밀성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신 대가족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은 모여살기에도 지켜야 할 수칙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친정 자매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주영씨는 “아무때나 불쑥불쑥 찾아가지 말고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확실히 분담하는 등 가까울수록 최소한의 수칙은 지켜야 서로 피곤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변연구위원도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과 평등한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부모건 자식이건 일방적인 의지나 명령관계가 아니라 삶의 주기에 맞게 주고받는 관계라는 인식하에 이를 위한 수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가족의 한계가 나타나면서 앞으로 ‘친밀성’이라는 기준에 의해 부모형제뿐 아니라 사돈이나 친구 등 함께 사는 가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 2005-02-03)

※ 나같은 독자는 그럼.. 어째야 하는거지?.. 인생사 빡신건 두고두고 문제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