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쉰두번째 생신 축하드립니다.
대학생이 되기까지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해드린적이 없는것 같기에 저녁엔 소고기라도 드시라고 보내드립니다.
어릴적엔 그저 우직해 보이기만 했던 아버지의 어깨가 어느샌가부터 지쳐 보이기 시작했다..는 지루하고 현학적인 레파토리로 가면 제대로 마음이 전달되지 않으려나요. 그럼에도 사실이기에 적어내려가 봅니다.
돌이켜 보면 글쓰기, 영화, 음악, 미술, 교양, 철학, 독서, 사진 등 아버지에게 배운 것들이 참 많습니다. 아쉽게도 2대를 이어온 사진촬영은 조금 희미해지긴 했지만요. 그러한 것들까지 모두 지금의 저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나친 과대해석일수는 있겠으나, 아버지가 저를 낳으시고 쓰셨다는 글을 보고 제 문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깊이는 제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지만, 고심한듯 휘갈겨쓴듯한 언젠가는 닮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어쩌면 아버지도 사람이고, 제가 태어났을 때엔 지금의 저와 같이 불안하셨다는 것에 어떠한 울림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눈에 아버지는 항상 눈앞에 어떤 시련이 닥쳐도 묵묵히 티내지 않으셨으니까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항상 저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셔서, 항상 뜨거운 불 앞에서 밥 차려주셔서, 항상 의지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경은 이해에서 가장 먼 감정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닌 적당한 동경과 적당한 이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을 다시 합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는요.
나이가 들며 생일이 점점 무뎌집니다. 아직 20대도 되지 않은 제가 이런데 아버지는 어떠시려나요. 소고기 드시면서 조금은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셨으면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오글거리는건 싫어하시니 가끔씩만 적당히 적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곧 성인인 장남 이정우 올림.
* 이제는 무덤덤한 생일날 뜬금없이 들어 온 아들래미의 편지와 송금에 회사에서 갑자기 눈물이 날뻔 했다. 행복은 이런 소소한 것들이 쌓여 만들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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